"기술이 주인을 알아본다. 주인이 아니면 도망간다."
"기술이 주인을 알아본다. 주인이 아니면 도망간다."
  • 이승민
  • 승인 2019.06.23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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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개발 인력 아웃 소싱이 문제

그 어떤 기술 분쟁도 개인과 하청 업체를 상대로 해서 승소할 수 없다. 이유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쟁 과정에서 피고측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이미지 타격을 입긴 하겠지만 단 한 건도 패소한 사례는 없다.

핵심부 설계가 아웃 소싱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는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없다. 그런 경우, 아웃 소싱 인력에 의해서 기술이 생성되거나 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 주고 사 온 종이 도면 몇 장으로는 구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9년 전 금형업체에서 만난 도면쟁이 3년차가 원자로 설계를 했다면서 상세 도면이 있다고 내게 자랑했다.

내가 말했다. “나도 5개 차종의 모든 데이터가 있지만 쓸 데가 없다. 게다가 하드에 저장된 데이터는 손상되고 날아가니 관리를 잘 해야 할 걸?"

신입으로 입사한 아웃 소싱 업체에서 3년 동안 원자로 설계를 담당했고 담당 공무원이 교체 될 때도 계속 그 일을 했기 때문에 자신보다 원자로 구조를 잘 아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공무원들이 도면을 펼쳐보고도 부분을 못 찾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도면쟁이는 세월이 흘러도 각 부분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아웃소싱 업체의 이 설계자를 6급 기술직으로 채용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그는 전문대 출신이라서 채용이 될 수 없었다. 게다가 영어 점수 기준을 맞출 수 없었다고 한다. 이미 수년 동안 원자로 실무로 능력이 검증된 것이니 검증이 필요 없다. 여기에 학력이나 영어 점수 따위가 문제가 되다니 말이 되는가?

이런 일은 비일비재다. 자동차 회사 정직원이 차량 설계를 하지 않는다. 전자회사 정직원이 시제품을 제작하지 않는다. 국가출연연구소에서는 계약직이 중요 업무를 수행한다.

수많은 베이비부머들이 가족을 부양한다는 명분으로 축적한 지나친 욕심이 사회 체계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 무능한 대표를 세워 둬야 자신이 회사에서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24년 전(IMF 이전)만 해도 이렇진 않았다. 제아무리 대기업, 공기업, 출연연구소라고 해도 계약직 2년을 무사히 지내면 정직원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그때는 이 사회가 적어도 '기본 양심'은 있었다.

기술에도 의리가 있다. 그리고 양심이 있다. 기술이 주인을 알아본다. 주인이 아니면 도망간다. 

기술(Technology)(사진=닉 영슨(Nick Youngson))
기술(Technology)(사진=닉 영슨(Nick Youngson))

(기고='육아하는 메이커' 이승민, 정리=정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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